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소설을 모두 읽고 난 다음, 난 잠시 '이제 재미난 무얼 읽을까?' 고민하다가
미야베 미유키의 [희망장(2016)]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희망장]은 '스기무라 사부로'를 주인공으로 한 추리소설 시리즈물이었다.
그래서 기왕 읽는 것, 시리즈 첫 권부터 읽어보자 싶었다.
그래서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 1권 [누군가(2003)]를 도서관에서 빌렸다.
책이 완전히 걸레가 되었다. 이토록 인기있는 책이었을까?
스기무라 사부로라는 인물은 그야말로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는 어린 딸과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 평범한 기혼남이기도 하다.
특별히 비상한 머리를 가졌다가 한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멋진 탐정은 아니다.
아니, 직업이 탐정이 아닌 것도 신기하다.
그래서 그가 접하는 사건은 소소한 사건일 수밖에 없다는 설정.
하지만 그가 정말로 평범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극장 안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여성을 도와주고 그 여성과 연애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데,
바로 그 여성이 대단한 회사의 딸이다.
그야말로 남성 신데렐라?
그는 결혼과 더불어 직장을 그 여성의 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로 옮기고
사내보를 만드는 홍보부에서 근무한다.
[누군가]에는 이야기를 출발시키는 사건이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가지타의 사고사다.
이 사고사는 뺑소니사건인데, 자전거 뺑소니 사건이다.
회장은 사위인 스기무라에게 가지타의 딸 리코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아버지에 관한 책을 쓰고 싶어하니 도와주라는 부탁을 한다.
이 부탁으로 스기무라는 이 사건을 접하게 되고,
결국 가지타가 비밀로 묻은 사건, 가지타의 두 딸에 얽힌 집안 이야기까지 알게 된다.
미야베 미유티의 에도시대소설을 읽으면 느낀 것은 그녀의 소설 속 인물이 흥미롭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복잡한 사람들의 마음,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펼쳐보인다.
이번 소설에도 사람들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드러난다.
어린시절 유괴 되었다고 생각하는 가지타의 딸 사토미,
본의 아니게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를 죽인 딸 노세 유코,
그 유코를 도와줌으로써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가지타와 그의 아내,
언니의 애인을 유혹하는, 가지타의 둘째 딸 리코.
자전거 뺑소니 사건을 들여다 봄으로써 주변 사람들의 감춰진 마음과 이야기까지 알게 되는 스기무라,
이 스기무라의 추리물은
사건이 있고 사건의 범임을 찾는 것에서 끝나는 일반 탐정 소설과는 분명 다르다.
에도 시대소설만큼 나를 몰입시키지는 않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필력은 다시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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