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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다와의 동거

사노라면

by 산삐아노 2017. 12. 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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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면...

조금 불편한 동거를 견뎌야 할 때도 있는 법.

날씨가 춥다. 

핫팩을 끼고 일을 해야 하는 시절이 왔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베란다 화초를 실내로 들여놓는 일로 부산을 떨어야 한다. 

요즘은 그리 다양한 화초를 키우지 않고 허브와 선인장이 모두지만, 

허브 가운데서도 라벤다는 반드시 겨우내 실내로 옮겨와야 한다. 

라벤다를 한국땅에서, 아니 햇살이 잘 들지 않는 아파트에서 키우겠다는 생각이 욕심이었는지 모른다.

그 욕심 때문에 프렌치 라벤다를 여러 그루 죽였다. 

잉글리쉬 라벤다도 키우기가 쉽지 않다. 겨우 살고 있다.

그나마 혼합종인 스위트 라벤다와 라벤다 중에서도 냄새가 나쁜 피타나 라벤다만이 

이 땅의 험난한 기후, 습하고 무더운 여름과 지독히도 추운 겨울을 베란다와 실내에서 견뎌내고 있다.

아파트 안 실내가 전체적으로 어두워서 베란다 보다 빛이 더 부족하다.

그나마 빛이 드는 곳에 두다 보니 피아노, 책상 위에 올려둘 수밖에 없다. 

덕분에 책상에서 일할 자리가 줄어들었다. 

평소에서도 책상의 공간이 부족한 데 화초 덕분에 더 비좁아졌다. 

하지만 겨울 한 철의 동거인들에게 눈치밥을 줄 수는 없다. 

그네들도 겨우겨우 겨울을 견디고 있으니...

화초 곁에서 비좁은 자리를 차지하고 일을 하려다 보니 일을 더 안 하게 된다고 말한다면 변명이겠지만

겨울에는 여름처럼 일을 적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신이 아닐까 싶다. 

적게 움직이고 적게 일하고 적게 먹고(?)...

겨울이 지나가려면 적어도 두 달은 견뎌야 한다...

그동안 라벤다들, 다른 화초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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