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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산 약수봉 1(홍천, 2017.11.중순), 교육체험등산로에서 약수봉까지

나들이예찬/그 산길을 따라

by 산삐아노 2017. 11. 2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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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아버지가 걸으신 산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 것이 지난 2월 소요산부터였는데, 

이번이 다섯번째로 우리는 홍천의 공작산에 가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홍천의 수타사를 가기로 했다.

친구 아버지가 다녀오신 곳이 수타사였기 때문이다. 

대중 교통으로 홍천을 가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동서울 종합터미널에서 홍천행 버스를 타니 1시간 정도가 걸릴 뿐이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생긴 덕분인가 보다. 

가는 길에 터널이 너무 많아서 돌아올 때는 그 터널이 몇 개인지 세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홍천 수타사가기도 어렵지 않은 것이 홍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수타사행 버스를 타면 된다.

그냥 버스를 타고 교통카드용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된다.

그런데 표를 사서 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괜한 손해를 보았다.

어쨌거나 우리는 너무 일찍 홍천 터미널에 내려 수타사행 버스 타기까지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어 아침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다. 

사실 이른 시간에 식사를 할 만한 식당도 없었다. 우동과 김밥을 먹었다.

그리고 작은 커피집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최고급 아라비카 원두라고 광고를 붙여주었지만 맛은 없었다. 

그런데 맛없는 커피를 먹은 것이 행운이었다. 

공작산 약수봉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것이다. 

어떤 아저씨가 우리를 보고 공작산 약수봉에 가보라 하신다. 

그리고 가는 길을 알려주셨다. 나름 자세하게.

원래는 수타사 갔다가 산소길 걷고 돌아오려고 했는데, 약수봉 가는 길이 무척 좋다는 이야기에 솔깃해서 약수봉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하산길에 수타사를 들르면 된다고 하셨다. 

그 아저씨, 즉 귀인을 만나 약수봉을 가게 되었다. 

9시 10분 수타사행 버스를 탔다. (수타사행 버스는 하루 네 번밖에 없으니,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버스를 내린 후 바로 등산로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교육체험 등산로에서 시작해야 했지만...

표지판을 보고 길을 건너 다리를 지나갔다. 

다리 아래 하천에는 물이 없다. 

교육체험 등산로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난 약수봉을 따로 표시해둔 관계로 같은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덕분에 잘못된 시작을 했다. 

이 표지판은 명백히 잘못 만든 것이다. 

약수봉과 교육체험 등산로를 같은 화살표 속에 넣어 표시해야 했다. 

그러면 둘 다 같은 길로 가야 함을 금방 알 수 있으니까.

그런데 따로 표시한 데다 화살표 방향을 달리해 두었으니...

나 같이 고지식한 사람은 오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약수봉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걷다 보니 이런 멋진 길이 나오긴 했다. 

낙엽으로 덮힌 인적드문 사람이 잘 걷지도 않은 길, 하지만 나름 길의 존재는 분명 있는 바로 그 길.

하지만 이 길은 곧 막혔다. 할 수 없이 돌아나와야 했다.

그래서 바른 출발점을 찾기까지 약 15분 정도 지체되었다.

등산교육체험로의 계단길을 걷기 시작했다. 

드디어 약수봉을 향한 등산의 출발!

산길은 경사졌지만 이렇게 낙엽이 멋지게 덮혀있어 낭만적이긴 했다. 

그런데 우산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비옷도 없고...낭패다.

게다가 비가 오면 낙엽길은 무척 미끄러울 것이 분명하고 위험할 것이다.

어찌할까 고민하면서 비를 맞으면 계속 산길을 올랐다.

산길은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드디어 등산체험을 위한 길은 끝이 나고 이렇게 안내판이 나타났다.

약수봉까지는 몇 차례 고개를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 

약수봉까지 3.3킬로미터, 수타사까지는 1.37킬로미터.

어찌 할까? 약수봉을 향해 계속 가야 할까? 아니면 수타사로 하산해야 할까?

비는 계속 내렸다. 하지만 빗줄기가 굵어지지는 않았다. 

이 계단 길로 가면 수타사를 향한다. 

일단 조금 더 약수봉을 향해 걸어보기로 했다. 

푸른빛을 유지하고 있는 소나무, 이미 잎을 거의 다 떨어뜨린 활엽수들,

겨울을 향해 달리는 공작산의 모습은 쓸쓸하면서도 한적했다.

발걸음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릴 뿐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오르는 길이 약간 비탈진 데다 낙엽이 많아서 조심하면서 걸었다.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려고 숨을 돌리려고 잠깐씩 걸음을 멈추면서 걸었다.

내리던 비가 멈추었다. 하지만 습기를 머금은 산은 신비로운 느낌마저 풍긴다. 

우리와 함께 버스를 타고 내렸던 두 명의 중년 여성들과 한 명의 노년 여성은 정류소에서 헤어졌다.

우리는 잘못된 길로 들어갔고 두 중년 여성들은 등산체험로 계단으로 올랐고 나이든 여성은 일찌감치 수타사로 향했다.

경사가 좀더 가팔라지는 곳에서 그 두 중년여성과 부딪쳤다.

수타사로 내려가겠다면서 하산하는 중이었다.

조금씩 더 가팔라지는 길을 걷는 것이 조금씩 더 힘들어졌다. 

계속 계속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낙엽, 낙엽이 그득한 산길...

우리 이외에는 아무도 이 길을 걷는 사람이 없다.

비가 멎은 것을 안도하면서 오르고 올랐다.

가끔 멈춰서 숨을 돌리며 주변 산을 둘러보았다. 

미처 떨어뜨리지 못한 잎을 매달고 있는 활엽수.

단풍든 잎과 푸른 바늘잎의 대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시 안내판.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정상까지는 2.7킬로미터가 남았다. 

초입에서 3.7킬로미터라고 했으니 1킬로미터는 지나왔다.

밧줄! 이 밧줄은 앞으로 여러번 만나게 된다. 

그 만큼 가파르다는 뜻. 가파른 내리막, 오르막을 계속 지나야 한다.

낙엽이 덮힌 길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듯하다.

늘푸른 바늘잎과 바닥의 낙엽들의 대비. 

다시 밧줄! 

낙엽에 발이 빠져보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평상이 나타났다! 날씨가 춥지 않다면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도 좋겠다.

올가을 낙엽길은 공작산에서 실컷 걸었다.

걷다 보면 이렇게 쓰러져 있는 나무들이 등장한다. 

길 위에서 덩그러니 드러누워 있는 나무가 반갑다. 

이런 죽은 나무가 있는 산이 건강한 산이리라.

또 밧줄!!

밧줄, 낙엽, 침엽수의 푸른빛, 잎을 잃은 활엽수... 공작산 약수봉 가는 능선길은 이런 모습이 반복된다.

이 근처였던 것 같다.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한 곳이!

산을 오르면 조금 움츠려들 때가 있는데, 천둥번개가 칠 때,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할 때, 걷기가 힘든 구간을 지나야 할 때...

산을 다닌다는 것은 여러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다시 안내판. 정상까지 1.5킬로미터가 남았단다. 반은 왔다.

공작산의 이 안내판이 마음에 든다. 

산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으니까. 

쓰러진 나무. 

낙엽.

다시 안내판. 정상까지 1.2킬로미터 남았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만나 사람은 모두 네 사람.

버스를 같이 타고 온 중년 여성 둘, 그리고 부부. 

산 중간에서 만난 이 부부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근처에 주차장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 안내판을 보니까 우리가 에둘러 걸었던 길을 택하지 않고 주차장에서 바로 가로질러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수타사에서 채 1킬로미터를 걷지 않아도 된다.

다시 평상!

이 산은 평상도 벤치도 잘 배치되어 있어서 산행을 하는 사람에게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는 셈이다.

잎을 떨어뜨린 나무들 사이로 산이 서로 물결치듯 보인다.  

밧줄 다시 등장.

낙엽 무덤길.

공작산은 기본적으로 흙산인 모양인데 이렇게 바위도 조금씩 보인다.

바위가 반갑다.

그래도 이 길은 사람들이 좀 다니나... 낙엽에 발이 빠지지 않는다.

산에서 만나는 구멍난 나무를 보면 그 구멍 속에 누가 사나? 궁금해진다.

많이 환해졌다. 푸른 하늘이 나무 사이로 보인다. 

환하니까 걷는 걸음도 좀더 가볍다. 

이제 약수봉이 목전에 있다. 

약수봉에 마침내 도착! 

10시경에 출발했는데 12시에 도착했다. 2시간 걸렸네.

약수봉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석. 해발 558미터.

돌이 너무 깨끗하다 싶었더니...

알고 보니, 이 표지석을 놓은 것이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지난 달 10월 25일.

여기에 앉아서 간단한 식사를 했다. 

이까지는 길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낙엽길이라서 걷기가 좀 힘들었을 뿐.


커피집에서 만난 귀인이 알려주신 교육체험등산로에서 약수봉까지의 능선길은 

지금껏 걸어본 산길 가운데 그 어떤 길보다 마음에 드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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