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소설 가운데 '미시마야변조괴담' 시리즈 두 번째 권, [안주(2010)].

이 시리즈의 첫번째 권은 [흑백(2008)].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주인부부 이헤에와 오타미의 조카인 오치카는 미시마야에서 하녀생활을 하면서 

이헤에의 제안으로 흑백의 방에서 괴담을 들어주고 이헤에에게 그 괴담을 들려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오치카에게 이헤에는 말하길, "괴담을 모은 건 괴이한 이야기를 모은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모은 것 같다" 했다.


이번 [안주]에 나오는 괴담은 모두 넷. '달아나는 물', '덤불 속에서 바늘 천 개', '안주', '으르렁거리는 부처'.

나는 이 중에서 '달아나는 물'과 '안주'가 재미났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기이한 존재들이 흥미로와서 그랬나 보다. 

 '달아나는 물'에 등장하는 소년 헤이타가 만난 신 오히데리 씨, 

'안주'에 등장하는 수국 저택에 사는 어둠의 짐승, 구로스케.


2. '달아나는 물'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운데, 

물을 말리는 신이 더는 역할이 없어진 마을을 떠나 물을 말려도 되는 물이 많은 곳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헤이타와 오히데리 씨가 만나고 헤이타는 오히데리 씨를 데리고 에도에 오게 된다.

오히데리씨는 헤이타에게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사실 커다란 흰 뱀이다. 

이 편을 읽는 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읽었다. 


3. '덤불 속에서 바늘 천 개'에서는 쌍둥이 자매가 등장한다. 오하나와 오쿠메.

미야베 미유키의 이야기 속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쌍둥이 이야기.

상가나 무가 집안에서 쌍둥이가 태어나면 하나는 버리는 풍습. 


"꼭 닮은 쌍둥이는 '집안을 나눈다', '재산을 나눈다'고 하여 꺼린다. '짐승의 배'라는 몹시 불쾌한 표현을 쓸 때도 있다. 

개나 고양이는 한 번에 많은 새끼를 낳기 때문이다."


오하나는 부모에게 선택되고 버려져야 할 오쿠메는 삼촌네서 키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하나가 병으로 죽는다.

시어머니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오하나의 인형을 만들어 오쿠메와 인형에게 똑같이 모든 것을 해준다는 기가 막힌 이야기.

이 이야기는 재미있다기 보다 불쾌감이 든다. 

사람과 똑같이 생긴 인형을 살아 있는 사람을 대하듯 한다는 생각.

공포물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거리이긴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식의 인형 이야기는 공포스러워서 싫었다. 

아무튼 오쿠메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지만 결혼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오쿠메의 혼담이 진행되면 저주가 내리기 때문. 오하나 인형에 바늘이 꽂히고 이어서 오쿠메의 피부에 발진이 생긴다.

결국 오카쓰의 도움으로 무사히 오쿠메는 결혼을 할 수 있다.

오카쓰는 천연두를 앓고 얼굴이 얽은 처녀다. 

이런 곰보인 처녀는  '행운의 부적'으로 여겨져 혼례나 신부행렬에 불려간다고.

오카쓰는 이 기괴한 이야기의 인연으로 미시마야에서 하녀로 지내게 된다.


4. '안주'는 구로스케라는 기이한 존재가 등장한다. 

거의 방치된 수국저택이라는 곳에서 생겨난 존재.

고부신을 모시는 가카에이레였던 가도 신자에몬이 장남에게 가문을 물려주고 은퇴하면서 아내 하쓰네와 함께 은거한 집이 바로 수국저택.


메모. "고부신은 삼천 석 이하의 녹봉을 받으며 직책이 없는 하타모토와 고케닌들을 말한다. 

관직에 올라 막부의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소위 말하는 관직에서 떨어져 나간 무사 집단이다. 

막부에서 '고부신금'이라는 녹봉을 받고 다시 그 녹봉의 액수에 따라 수당금을 상납하는 형태로 '봉공'한다.

하는 일 없이 돈만 받으며, 그 돈에서 약간의 상납금을 바침으로써 봉공하는 모양새를 취한다-는 셈이라,

자신의 재능이나 실력 하나로 벌어서 세상을 살아가는 상인이나 직인들 입장에서 보면 실로 불가사의한 제도이다."


버려진 채 수국이 거의 차지해 버린 낡은 집, 그 집에서 신자에몬과 하쓰네는 구로스케를 알게 되고 친해진다.

구로스케는 "사람 아이만한 크기에 짚신과 비슷하고, 시커멓고, 움직일 때에는 몽글몽글 부들부들 떠는 괴상한 생물"이다. 

그런데 부부와 친해질수록 구로스케가 작아지고 약해져만 가는데...

알고 보니 구로스케의 정체는 '수국저택의 혼, 기운'이었다.

사람이 사용하는 집도 기가 깃든다고.


"신자에몬은 말했다. 

"구로스케는 이 저택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요물, 일시적인 목숨이오."

사람 없는 저택의 먼지와 티끌이 어둠과 정적으로 빚어져 형태를 이룬 것이다. "


결국 사람을 싫어해서 은거하고자 했던 신자에몬은 구로스케란 존재를 알게 되면서 스스로 변화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 것이다. 


"세상에 섞이고, 좋든 나쁘든 사람의 정에 닿지 않는다면, 학문이 무슨 소용이고 지식이 무슨 소용이겠느냐.

구로스케는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사람 옆에서는 살 수 없는 그 기교한 생명이, 내 오만에 충고해 준 것이다.

(신자에몬이 아오노에게 한 말)


5. '으르렁거리는 부처'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한 산골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젊은 부부를 죽이기로 한 선택.

결국 임신한 젊은 아내는 죽고 그 남편은 괴이한 존재로 변한 채 산골마을 사람들에게 복수한다.

실제로 마을에 위해가 된다고 여기는 사람을 배척하는 일은 역사적으로 적지 않았을 것이다. 

공동체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개인을 희생시키는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억울한 죽음을 맞은 존재가 원령이 되어 복수하는 이야기는 처절하고 비극적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 그리 즐겁지 않았다.


6. '안주'에서 오치카는 신자에몬의 변화를 보며, 

"사람은 변한다. 몇 살이 되어도 변할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정말 사람이 변할까? 나는 사람이 변한다는 것에 의문을 품고 있다. 

사람이 변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변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는 법이라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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