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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맏물이야기], 일본음식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7. 11. 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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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야베 미유키의 [맏물이야기]는 초판이 95년에 나왔지만 '독'과 '도깨비는 밖으로'를 더해서 증보판이 2013년에 나왔다고 한다. 

한글로 번역된 나온 [맏물이야기(2013)]는 증보판의 번역본이다.

2001년 일본 NHK에서 [모시치의 사건부]라는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더해진 두 편의 이야기가 각각 2002년, 2003년에 쓰여지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위의 책에 실린 이야기는 모두 9편으로 

'오세이 살해사건', '뱅어의 눈', '천 냥짜리 가다랑어', '다로 감, 지로 감', '얼어붙은 달', '원한의 뿌리', '이토키치의 사랑', '독', '도깨비는 밖으로'이다.


2.후캇피키 대장인 모시치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작품으로 [혼조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다음에 나온 것이 바로 이 [맏물이야기]다.

이번 작품의 특이점은 음식이 제법 비중 있게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밤새 여는 노점, 유부초밥가게와 그 노점을 꾸리는, 수수께끼적 인물인 주인장, 

그리고 그 주인이 솜씨좋게 만들어내는 유부초밥 이외의 음식들도 흥미롭다. 


물론, 밤새연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에도시대의 밤새연다는 의미는 축삼시까지, 즉 오전 두시까지란다.

이때는 아무리 늦어도 자정이면 모두 문을 닫는 시절이라서 그 시간을 넘겨 노점을 꾸린다는 것은 이상하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나 보다.


3.'오세이 살해 사건'은 서른 둘의 간장장수인 오세이가 알몸의 시체로 강물에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알고 보니, 결혼하고 싶었던 남자의 소행으로 밝혀진다. 

이 편에서는 모시치가 노점에서 유부초밥과 순무국을 먹고 감탄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모시치가 평소에 먹는 것과는 달리, 이곳의 순뭇국은 작은 순무를 통째로 넣었다. 

순무 잎이 조금 들어 있을 뿐, 그외에 건더기라곤 들어 있지 않다. 

국물은 맛도 진하고 색깔도 짙은 갈색 된장으로 끓였고, 약간 탄내가 나는 듯한 독특한 풍미가 있었는데 담백한 순무의 맛에 잘 어울렸다."


"부초밥도 어설픈 노점에서 파는 것처럼 간장으로 조린 유부에 찬밥을 싼 것이 아니다. 

살짝 단맛이 나는 양념이 되어 있고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의 초 냄새가 코를 찌른다. 

모시치는 순식간에 초밥 네 개를 먹어 치우고 초밥을 더 주문했다."


결국 모시치는 이 주인장 유부초밥과 순뭇국에 빠졌고 아내까지 데리고 들른다. 

순무는 무에 비해서 좋아하지 않는데 순뭇국 맛있을까?

아... 유부초밥이 먹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유부를 사두었다.


4. '뱅어의 눈'은 노숙하는 불쌍한 아이들이 독이 든 유부초밥으로 살해된 사건을 다룬다. 

모시치는 이 사건 이후 살아 있는 뱅어를 초간장에 찍어먹는 일이 없어졌다. 

그의 시탓피키인 이토키치도 뱅어의 눈을 보면 먹을 수 없다 하고

노점 주인도 뱅어의 눈을 보면 살생을 한다는 제대로 느껴져 못 먹는다고 하고, 

결국 모시치까지...


이번에 노점 주인은 모시치에게 '뱅어어묵'을 제공한다. 

"잠시 후에 나온 것은 그릇 속에 들어 있는, 무언가 하얗고 작은 것이었다. 

확실히 모양을 빚지 않은 어묵같은 모양새지만, 

구즈앙(설탕, 간장 등으로 간을 맞추어 걸쭉하게 끓인 전분 음식. 요리에 쳐서 먹는다.)이 듬뿍 뿌려져 있고

꼭대기에 고추냉이가 오도카니 올라가 있다."


""뱅어어묵이라고 하는 군. 뱅어를 쓰는 거요?"

"그렇습니다. 뱅어를. 예를 들어 한 되가 있으면 똑같은 양의 물 한 되에 담급니다. 아침부터 밤까지요.

그러면 물이 탁해지지요.

그 물을 냄비에 푹 끓여서 굳힌 것을 떠낸 겁니다.""


노점주인은 뱅어의 눈이 없어지니 뱅어어묵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뱅어포를 싫어하는 이유로 그 작은 눈이 무수히 많다는 것도 있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5. '천냥짜리 가다랑어'편에서는 가다랑어 한 마리를 통으로 회쳐달라면서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도대체 왜 그런 어처구니 없는 가격에 구매를 하겠다는 것일까?

알고 보니, 구입을 원하는 포목점 대행수는 가다랑어를 파는 생선장수가 키우는 아이의 부모였던 것이다. 

딸 쌍둥이를 낳았지만 무사집안이나 상인 집안에서는 쌍둥이를 싫어하듯, 딸 쌍둥이 하나를 버렸는데

가쿠지로의 아내가 주워 딸로 삼고 기른 것이다. 

대행수 집안에서 키우던 쌍둥이 딸이 죽어 버린 딸을 원하는 마음이 생긴 것.


이번 편에서는 가다랑어 회, 가다랑어 석쇠구이 이야기가 나온다. 

"원래 가다랑어를 이렇게 불에 살짝 구워서 먹는 건 어부가 시작한 방법입니다. 

그때는 짚을 태워서 생선을 굽곤 했으니까요."(행상을 다니는 생선장수 가쿠지로가 모시치 아내에게 들려준 이야기)


가다랑어는 참치를 말하는 것 같은데...

어린 시절 먹었던 참치회가 생각나서 군침이...

그러고 보면, 참치를 구워먹은 기억은 없네... 통조림 참치만 많이 먹었지만. 요즘은 참치를 거의 먹고 살지 않아서...쩝.


6. '다로 감 지로 감'편에는 10살 된 영감스님 니치도님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모시치는 이런 식의 사람을 싫어하는데, 비싼 돈을 우려내는 사기꾼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뱃집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못난 형이 잘난 동생을 죽인 사건이다. 


이번에 노점 주인장은  과자만드는 법을 배우러 다니며 수업을 받아 만들었다는 과자를 내놓는다.

바로 감양갱.

"아직 수업중이라며 주인이 조심스럽게 내민 것은 양갱 같기도 하고 한천 같기도 한, 옅은 적갈색의 과자였다.

한 입 먹어본다. 희미한 단 맛과 익숙한 맛이 퍼졌다."


노점 주인과 모시치가 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주인장은 '지로 감'이야기를 들려준다.


""호음, 감나무 중에는 지로 감이라는 것이 있소?"

"있습니다. 단맛이 강하고 맛있는 감이지요."

"다로감(다로와 지로는 사람이름으로 흔히 쓰이며, 특히 첫째 아들의 이름을 '다로'라고 지으면 둘째는 으례 '지로'라고 짓곤 한다.)은 없나?"

"없는 것 같네요."

"만일 있다면 지로감보다 더 맛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니, 다로 감은 떫은 감일 거라고 모시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팔자 때문에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이다. 

형제인데, 같은 감나무인데, 떫은 감과 단감이."


요즘 매일매일 감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로감은 얼마나 맛있을까?


7. '얼어붙은 달'에서는 술 도매상 가와치야의 당주인 마쓰타로가 모시치에게 와서 사건을 의뢰한다.

얼간(소금에 절인) 연어자반 한 마리가 사라진 일, 그 자반을 자신이 훔쳤다고 고백한 하녀가 사라진 일을 해결해달라는 엉뚱한 주문.

알고 보니 마쓰타로가 당주가 되기 전 행수였던 시절부터 좋아했던 하녀 오사토는 그가 당주가 되고 나서도 머물며 도움이 되고 싶다 생각했지만

당주가 되고 나서 실망스럽게 변한 마쓰타로를 돕기 싫어서 도망나간 것이었다.


이번에 노점 주인이 모시치에게 선보인 요리는 특별하다.달걀찜이랄까, 우동이랄까?

"주인은 냄비뚜겅을 열고는 김 속에서 사발을 꺼내 모시치 앞에 내밀었다.

"도다마키무시입니다."

"이게 뭐요?"

"차완무시(일본식 달걀찜. 가다랑어포 등을 우린 국물에 달걀을 풀고 고기, 표고, 은행, 어묵 등의 고명과 함께 공기에 넣어 뚜껑을 닫고 찐 것) 속에

우동을 넣은 겁니다. 몸이 따뜻해지니 좋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등장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거론된 음식, '마쓰마에즈케'가 궁금하다. 할 수도 있을 듯.

모시치 아내가 '마쓰마에즈케(마쓰마에 지방의 명물인 다시마와 마른 오징어, 당근 등을 조미 간장에 절인 식품)' 재료를 사러 집을 비우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번 도전해보면 어떨까?


8. '원한의 뿌리'에서는 영감스님 니치도님이 심각한 폭행을 당한 사건이 나온다.

또 이세야의 하인 세이키치가 행방불명된 사건도 겹친다.

하녀 오나쓰와 결혼하기로 한 남자인데, 사라지니 오나쓰가 사방팔방으로 찾아다니다. 

니치도님이 세이키치는 심하게 다쳐서 아마 죽었을 거라고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수양벚나무 아래 묻혀있다며. 

그 이야기를 믿은 오나쓰는 수양벚나무가 있는 곳을 마침내 찾았는데...

쓰노다라는 지주 저택이었다.

알고 보니 세이키치는 쓰노다의 아들이었고, 저택을 찾아와 소동을 일으켜 심각하게 다쳐서 그곳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노점 주인이 제공한 것은 '사쿠라모치'.

물에 푼 밀가루를 장원형으로 얇게 구워서 팥소를 싸고, 소금에 절인 벚잎을 두른 일본 과자란다.

모시치 일행은 뜨거운 엽차와 함께 이 과자를 함께 맛본다.


그리고 모시치의 아내가 만들어주었다는 '유채나물무침'.

아... 생각난다. 먹고 싶구만...


9. '이토키치의 사랑'에서는 모시치의 시탓피키인 이토키치가 우연히 유채밭 근처에서 본 여인에게 한눈에 반하고 

그 여인의 정신 없는 이야기를 믿고 사건 해결을 위해 헛되이 뛰어다니는 이야기다. 


노점 주인이 이토키치에게 건넨 꾸러미, 바로 유채꽃떡.

""유채꽃떡입니다. 신코모치(쌀가루를 더운 물에 반죽해서 찐 것을 찧어서 만든 떡) 속에 장식으로 유채꽃 새긴 것을 넣었습니다.

조금 달지요. 

이토키치씨는 단 것을 좋아하시지요? 

대장님의 안주인께도 드리십시오.""


그리고 주인장이 앞으로 만들 계획이라는 음식, '황돔 조릿대 절임'.

후쿠이 현 오바마 시의 향토요리로, 어린 황돔을 식초와 소금에 절여 작은 나무통에 조릿대잎과 함께 담은 것. 

그대로 먹기도 하고 초밥이나 튀김 등에 쓰기도 한다고.


10.'독'에서는 한 여인이 독살된 사건이 나온다. 

처음에는 식중독이라 생각해서 요리집의 요리사를 몰아붙이지만 

알고 보니 식중독이 아니라 독에 의한 죽음임이 밝혀진다. 

바로 그녀가 평소 좋아하던 의원이 건네준 약이 문제였다. 

그 약은 복수초로 만든 것.

행운의 식물인 복수초가 독이 있는 식물이기도 하다는 것.

복수초는 신장을 위한 약재로도 사용되지만 지나치면 심장을 멈추는 독이 된다고.

자신에게 매달리는 여인을 떼내 버리기 위해 복수초를 써서 몸상태를 좀더 나쁘게 만들어 줘 기분이 상하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본의 아니게 살해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여기서는 나나쿠사(일곱 종류의 채소를 넣어 끓인 나나쿠사죽을 먹으며 축하하는 정원 칠 일째의 명절)를 위해 

나나쿠사죽을 만들려고 채소를 구입하는 모시치 아내의 이야기 나온다.

"뒷문에서는 아내가 집에 드나드는 채소 장소를 상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냉이, 쇠별꽃, 배추, 무"

아내는 소녀처럼 손가락을 꼽으며 센다.

"또 뭐지요? 아아, 미나리구나. 그리고 광대나물. 이거면 되지요?"

"마님, 그러면 아직 여섯 가지입니다."

"네? 나머지 하나는 뭐였더라."

"개똥쑥입니다. 개똥쑥은 평소에 먹지 않으니까요.""


광대나물과 개똥쑥은 먹어보질 못했네...

나나쿠사죽 궁금하다. 아마도 가난한 서민들이 먹었던 죽이 아니었을까?


11. '도깨비는 밖으로'에서는 일본 명절풍습이 나온다.

일본의 명절 절분 때는 액운을 쫓기 위해을 뿌린다고 한다. 

'도깨비는 밖으로, 복은 안으로'라고 소리치면서.

그래서 호랑가시 나무 장수는 "있어요, 호랑가시 나무, 절인 정어리 팔아요."하며 돌아다닌다.


이 편에 등장하는 쌍둥이 형제 중 동생은  쌍둥이 중 하나를 내치는 풍습의 희생양이 된다.

동생은 7살에 양자로 보내진다. 마치 도깨비를 집에서 내보내듯 도깨비 취급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 형이 죽자 다시 이 동생을 불러 집안일을 돕게 하려고 하더니, 

불러들인 다음에는 가짜가 집안의 재산을 탐낸다며 몰아댄다.

가짜 취급을 당하는 등 억울한 일을 당한 쌍둥이 동생은 자신이 그 쌍둥이 동생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 줄 사람을 생각해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죽고 없고 다른 사람이 죽은 사람 행세를 하고 있는데...


 재미난 것은, 절분 때, 다들 을 뿌리며 도깨비를 내쫓으려는 판국에 노점 주인장은 도깨비를 위한 의자를 놓아두었다는 것. 

다들 몰아대는 도깨비들이 불쌍하다며 자리를 마련해 술을 권한다. 

모시치는 도깨비 취급받은 이를 데리고 그곳에 가서 술 한 잔 하자고 권하며 이야기는 끝.


이제 더는 모시치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이미 2000년대 들어서서는 미야베 미유키가 헤이시로라는 하급관리를 등장시키는 소설을 시리즈로 써왔다. 

모시치는 이미 나이든 사람으로 잠시 등장할 뿐이다. 

모시치 이야기를 더 읽을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다른 재미난 이야기들은 계속 풀어내고 있으니...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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