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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신이 없는 달], 12편의 슬픈 이야기들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7. 11. 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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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기 에도시대소설 읽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신이 없는 달(1994)]. 모두 12편의 단편이 들어 있다.

부제가 '환색에도력'이다. 달력의 1월부터 12월까지 이야기로 보면 된다.


제1화 귀자모화, 12월말에서 1월에 걸치는  이야기다.

술도매상 이타미야의 신단방에서 시작된 12월 28일날의 화재.

화재 덕분에 타다남은 금줄 속에 머리카락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북을 비는 데 사용하는 공양물에 불경한 짓을 한 것이다.

알고보니 오카쓰라는 어린 여자아이의 소행임이 밝혀졌다. 

병으로 죽은 어머니 머리카락을 보관하고 있다가 그 머리카락을 금줄 속에 넣었다고 한다.

독경도 없고 향도 피우지 못한 채 어머니 장례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신단 금줄 속에 넣어두면 사람들의 절을 받아서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꼬마의 이야기.

결국 그 머리카락은 태워지고 오토요라는 오카쓰를 돌보던 하녀가

오카쓰 어머니에게 딸을 잘 돌보겠다는 맹세를 하니, 코끝의 매캐한 연기냄새로 사라졌다는 이야기.

(갑작스런 전염병으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어머니를 여읜 아이의 슬픔)


제2화 붉은 구슬

하쓰우마 축제(음력 이월 촛 오일에 농업의 신 이나리 신에게 풍작을 비는 축제)에 가보는 것이 소원인 병약한 아내를 위해

남편인 사키치가 금지된 은비녀 세공을 해서 큰 돈을 벌어보려고 했지만,

결국 그 비녀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병약한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불법적인 돈을 벌려했다 옥에 갇히게 된 남편.)


제 3화 춘하추동

화창한 봄날 사방등을 찾는 손님에게 고물상 주인이 고급 사방등 둘을 소개하는 이야기.

하나는 상아로 만든 사방등, 

암환자로 판정받고 아편에 취하게 되었지만 결국 암판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결국 아편 때문에 죽게 된 사람이 사용하던 사방등. 아편냄새가 난다.

또 하나는 승청하는 용을 새긴 사방등.

원래는 둘이 한 세트인 사방등.

딸의 혼수품이었던 이 사방등은 딸과 사위가 관계를 가지려 할 때마다 불이 들어온다.

결국 딸은 이혼한다.

알고 보니 이 사방등은 어떤 첩이 사용하던 등. 

첩이 정부와 눈이 맞아 둘을 한 자리에서 베어버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사방등이 곁에 있었다고.


"우리가 내 욕심이나 이기심, 미움이나 질투 등 온갖 잡스러운 것을 생각하거나 말하는 때는 대개 밤시간이지요. 

해가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우리는 그런 것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꺼내보고 만지작거립니다.

사방등이라는 것은 그런 우리 모습을 가까이서 다 보고 있지요.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니라 사방등이 지켜보고 있는 겁니다."


(잘못된 진단의 희생양, 불륜의 희생양)


제 4화 얼굴바라기

못생기고 거인이 오노부에게 잘생긴 남자의 청혼이 들어온다.

나막신 가게의 시게타로. 결혼을 하고 나니 이 집안의 사람들이 모두 오노부가 미인이라면서 부러워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왜 일까?

칠월칠일, 칠석날 밤, 툇마루에 물거울(물을 채워 거울로 삼는 나무통)을 내놓고 비춰보는 놀이를 미인인 시누이는 즐기지 않는다.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해서.

이 집안의 여자들은 모두 거울을 보지 않는다. 미인임에도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생각해서.

초가을바람이 불기시작하던 칠월 어느 해 질 녁, 욕조의 물통수면에 나타난 여자의 얼굴.

알고 보니 시아버지 시치베에를 사랑하던 오쿠메. 

하지만 오몬이 예쁘다면서 오몬을 선택한 시치베에.

결국  오쿠메는 슬피울다 병에 걸려 죽는다. 그리고 이 집안에 저주를 건다.

잘 생긴 얼굴을 못생기게, 못생긴 얼굴은 예쁜 얼굴로 보도록 만드는 저주.

결국 오노부는 죽은 오쿠메를 위해 석등을 만들어주고 저주를 푼다.

다들 오노부가 못 생긴 것을 알게 되었지만 오노부는 이혼하지 않고 잘 산다.

(얼굴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여자의 저주)


제 5화 쇼스케의 이불옷

칠월 풍습이 끝난 이튿날 쇼스케가 헌옷 가게에서 이불옷을 발견하게 되고

이 이불옷에 홀려지내다가 사라진 이야기.


"여기서 말하는 이불옷은 흔히 말하는 잠옷이 아니다. 

요즘의 덮고 자는 이불에 가깝다. 

밤에 잘 때 위에 걸치는 이불을 뜻했고 그 시절에는 이불옷이라고 불렀다.

그냥 '이불'은 밑에 까는 요를 말했다. 

또 이불옷의 생김새는 요즘의 네모난 이불과 달리 오히려 의류에 가깝다.(두루마기처럼 생겼다.)

목깃과 소매가 있고 솜을 둔다. 

동복은 천이 두툼하고 솜을 많이 두며 하복은 마나 표맥한 무명천으로 얇게 만든다. 

요즘도 겨울철에 사용되는 '가이마키(솜을 둔 두루마기 형태의 잠옥)'에 이불옷의 자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다."


(주인집 딸을 연모하던 하인의 상실감)


제 6화 미아방지 목걸이

백중절(음력 7월 15일, 조상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날) 시장이 열린 날, 쓰야의 남편 도키치는 미아를 데리고 온다

그 아이는 스스로를 '조보'라고 하면서 미아방지 목걸이를 하고 있어 그 주소로 찾아가 보니, 그 아이는 이미 죽었다고 한다.

삼년 전 화재가 난 날 이발사 부부인  마쓰키치와 그의 아내 도에, 그리고 그의 아들 조지가 죽었다.

결국 아이의 부모를 찾지 못하고 미아석만 확인하던 중 어떤 여인을 보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여인이 도에. 

화재가 있던 날 아들 조지를 안고 도망치던 부인은 나중에 보니 아들이 죽어 있음을 알게 된다.

홀로 살아남은 도에는 공동주택에 세를 들면서 도에는 건너편에 살던 날품팔이 부부의 아들을 훔쳤다.

그 아이를 조지라고 부르면서 미아방지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마치 모든 것이 회복된 듯한 기분을 맛보면서.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다른 아이를 유괴한 비극)


제 7화 다루마 고양이

본격 가을. 다라다라 축제(9월11일부터 21일까지.따분하게 늘어지는 축제라는 뜻) 직전, 

전직 소방수였던 가쿠조가 주인인 간이식당에서 일하는 분지,

화재가 두려웠지만 소방수가 되고 싶었던 분지에게

가쿠조는 그의 겁을 걷어내고 용기를 준 다루마 고양이 가죽 소방두건을 건넨다.

용기를 주는 대신 다른 손해를 가져다 준다면서.

남들에게 미움을 받고 고립되고 불면의 밤을 보내게 된다면서.


"하지만 겁쟁이에게는 겁쟁이의 삶이 있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까닭은 겁쟁이인 자기로부터 어떻게든 도망치고 싶어 하기 때문이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망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분지, 그건 진실된 게 아니야.

겁쟁이인 자신을 소중하게 받아주는 길이 어딘가에 틀림없이 있을 거다

겁쟁이인 자신에게서 도망치면 안돼.

한 번 도망치면 평생 도망치며 살게 된다. 나처럼."

(분지에게 고양이 두건을 준 가쿠조의 말)


제 8화 고소데의 손

헌옷가게에서 고소데를 사온 딸에게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

가을피안(춘분과 추분 전후 3일간, 죽은 자에게 공물을 바치는 풍습) 전, 60대 노인이 고소데를 샀다가 기운을 빼앗겨 죽은 이야기.


"쓰쿠모신이라는 것, 우리가 집에서 쓰는 물건들-그래, 나무통이나 국자, 솥, 머리빗과 거울, 빗자루나 총채, 그런 것과 관계가 있는 거야.

우리 주위에 있는 그런 도구들을 아주 오랫동안 쓰다 보면 그 물건이 생물처럼 정기를 띠게 될 수가 있어."

"사실 그건 진짜 신, 좋은 일을 해주는 신이 아니야. 말하자면, 요괴같은 거지. 

사람을 놀라게 하고 겁을 주고 때로는 재앙을 내리는 그거 말이야. 원한을 품고 있기 때문이지.

도구라는 것은 뭐든 백년을 묵으면 혼을 갖게 된대. 그래서 아주 오래된 물건은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게 좋다는 거야.

대개 도구는 백년을 버티기 힘드니가 너무 무서워할 것은 없지만.

그래. 보통은 한동안 쓰다 보면 망가져서 내다 버리지.

그래서 도저히 혼을 갖는 단계까지 남아 있질 않아. 

하지만 드물게 아주 오래 묵은 도구가 존재하지. 

일 년만 지나면 백 년이 되는데 처분을 당하면 어떻게 될까.

그 도구 처지에서는 당연히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깊은 원한을 품겠지?

그렇지. 그래서 진짜 영혼은 갖추지 못한 요괴로 변해 버리는 거야. 

그것이 '쓰쿠모 신'이란다. '쓰쿠모'라는 건 '구십구'라는 뜻이야. 알겠니?"


제9화 목맨 본존님

수습 점원생활의 어려움을 겪던 스테마쓰는 겨울바람이 불던 날, 집으로 도망한다.

결국 붙잡혀 와서 큰 주인님을 만나고 새끼줄에 목을 매단 남자의 그림을 보게 된다.

그 그림은 점원의 신, 목맨 본존님인데, 그 신을 스스로 그린 것이라고.

수습점원으로 일할 때 힘든 상황에서 목을 매 자살할 결심을 했을 때 만난 신.


제 10화 신이 없는 달


10월 '신이 없는 달'에만 병든 딸아이를 위해 강도짓을 벌이는 아버지.

10월에 태어난은 신이 없는 달에 태어나 신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아프고

아버지는 그 딸을 위해서 신이 싫어하는 강도짓을 신이 없는 달에 벌인다.

신무월, 음력 10월. 


"시월이 어떤 달인지 아니?

이 나라의 신들이 모두 이즈모로 가버리시는 달이란다.

신이 자리를 비우시는 달이란 말이지. 

(이즈모는 현재 시마네현의 일부. 

매년 음력 시월에 일본의 팔백만 신이 인간의 혼인과 운명을 결정짓는 회의를 열기 위해 이즈모 신사에 모이기 때문에

 일본 전역에서 신들이 자취를 감춘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이즈모에서는 시월을 '신이 있는 달'이라고 표현한다.)


제 11화 와비스케 동백꽃

점포에 와비스케 동백꽃을 그리고 그 꽃을 그리는 사연에 대해서 거짓말을 한 간판장이 유스케.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서라며.

그런데 그 딸로 자청하는 여인이 나타난다.


"와비스케 동백은 당동백이라고 한다.

동백과 비슷한 빨간색, 분홍색, 흰색 꽃을 피우는데,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아니다.

빛깔은 동백처럼 아름다운데 쓸쓸히 고개를 숙이며 피어있는 그 모습이 

와비, 사비(와비는 투박하고 검소한 정서, 사비는 한적하고 쓸쓸한 정서를 말하며 일본 문화의 전통적인 미의식이다)를 받는 풍류인에게서 사랑을 받았고, 

특히 다인이 선호하는 정원수다. 하이쿠에서는 겨울의 계절이기도 하다."


제 12화 종이 눈보라

섣달, 부모의 복수를 하기 위해 전당포의 하녀로 들어간 긴은 

주인들을 가위로 살해하고 전당포의 차용증을 잘라서 지붕 위에서 눈처럼 뿌린다. 


사람들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12편의 단편. 

너무 무거워서인지 이 책을 다른 책에 비해 덜 재미났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촘촘한 글쓰기가 돋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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