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미야베 미유키의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혼조의 7대 불가사의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7. 11. 15. 10:54

본문

1.미야베 미유키의 시대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도 벌써 한 달 반 째다.

10월초부터 읽기 시작한 것이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소설에 사로잡혀 완전히 미친 독서중이다.

이번에는 그녀의 초기작인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本訴深川不思議草紙, 1991)]다. 

이 작품은 미야베 비유키에게 제 1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혼조의 7대 불가사의를 소재로 삼아 쓴 이야기들로서 모두 7편이 실려 있다. 

'외잎 갈대', '배웅하는 등롱', '두고가 해자', '잎이 지지 않는 모밀잣밤나무', '축제음악', '발씻는 저택', '꺼지지 않는 사방등'.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책이 흔치 않은 데, 이 책인 바로 그런 흔치 않은 책이다. 


2. 이 책의 7가지 이야기를 관통해서 등장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후카가와의 후캇피키 대장인 모시치다. 

이 인물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맏물이야기(1995)]에 다시 등장한다.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소설에는 이렇게 계속해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영험한 10대처자 오하쓰나 게으른 관리 헤이시로와 총명한 10대 미소년 유미노스케가 그렇다. 


3. 혼조의 일곱불가사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외잎갈대'

이 갈대는 료고쿠 다리 북쪽에 있는 작은 강변에서 자라는 잎이 한 쪽에만 나는 갈대다.

"풍향 때문인지 물살 때문인지, 아니면 햇볕의 방향 때문인지, 어쨌거나 이곳에서 자라는 갈대는 모두 외잎이다. 

그 때문에 이 강변까지 '외잎 강변'이라고 불리고 있다.

고마도메 다리는 여기에 걸려 있다."


가난한 히코지가 오우미야의 오미쓰의 약속의 표지인 외잎갈대. 

오우미야 뒷문 창틀에 외잎갈대를 세워두면 가게를 닫을 시간에 밥을 나눠줄 수 있다는 신호다. 

히코지가 극단적 빈곤을 떨치고 일어설 수 있도록 의지가 된 것은 바로 외잎갈대로 대신한 오미쓰와의 약속.

오미쓰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


알고보니, 히코지가 일어 설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한 사람은 오미쓰지만,

히코지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준 사람은 오미쓰의 아버지 도베에였다는 놀라운 사실.


2) '배웅하는 등롱'. 

"밤길을 혼자 걷노라면 다가오지도 않고 멀어지지도 않는 등롱이 둥둥 떠서 뒤를 따라온다."


철없는 주인집 아가씨는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새벽 2시경, 열 두살의 오린에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에코인이라는 절까지 혼자 걸어가서 백일 밤동안 자갈을 주워오도록 명령한다. 

오린의 두렵고 외로운 밤길을 동반한 등롱.

알고보니, 아가씨가 속아서 사랑한 자는 강도의 일당이었다.


3) '두고자 해자'. 

"해질녁도 지났을 무렵 고기가 많이 잡혀 기분이 좋아진 낚시꾼이 혼조의 긴시 해자 근처를 지나는데 어디에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두고가...... 두고가......"

헛들은 거겠지, 하며 지나가도 목소리는 계속 쫓아온다. 아무래도 기분이 나빠져서 잔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는데, 문득 보니 어망은 텅 비어 있었다-는 이야기다."


모시치 대장은 '두고가 해자'의 이야기를 이용해서 쇼타의 살인범을 잡는다.

죽은 쇼타가 긴시 해자의 간기 도령으로 환생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퍼뜨려 

가와고에야 부부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 해 자신들이 벌인 짓을 고백하게 만든다.

가와고에야의 안주인인 오미쓰는 남편이 짝사랑한 후지하루에게 독극물을 먹인다.

그런데 오미쓰는 쇼타가 보았을지도 모른다고 남편에게 고백한다. 

걱정이 된 남편은 불량배에게 돈을 줘서 쇼타를 살해한 것이다.

  

4) '잎이 지지 않는 모밀잣밤나무'.

"이곳 혼조에서 오쿠라 다리를 건너가면 있는 마쓰우라 분고노카미의 저택에는 가지를 크게 뻗은 모밀잣밤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가을에 잎이 질 때가 되어도 잎을 한 장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다.


불가사의한 모밀잣밤나무가 있는 곳처럼 낙엽을 깨끗이 쓸어 없애기로 한 오소데.

오소데의 아버지는 노름을 하다 살인을 벌여 섬에 유배되었지만 사면받아 나온게 된다. 

섬에서 나온 아버지는 딸을 만나 사과하길 원하지만 오소데는 아버지를 만나길 거부한다. 

아버지는 딸을 만나고 싶어 딸 주변에서 배회하는데, 마침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살인사건 현장인 길이 낙엽에 덮혀 있어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이야기에 

오소데는 내 아버지도 노상강도에게 살해되었는데 길을 낙엽이 덮고 있어 범인을 잡지 못했다며 

낙엽 때문에 살인범을 잡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낙엽을 쓸겠다 선언하고 매일 낙엽을 쓴다. 

하지만 사실은 아버지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아버지에게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내 아버지는 죽었다고!

결국 딸 주변을 배회하던 범인을 아버지가 잡게 된다.  


5) '축제 음악'

"밤중에 문득 깨어나 보면 어디에선가 북이며 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멀리서 들리는가 하면 가까워지고 가까운가 하면 멀어진다.

아무리해도 장소를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살펴보아도 밤중에 그런 음악을 연주했던 집이라곤 없다."


남자로부터 상처받아 정신을 놓고는 자신이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하는 오요시, 

사랑하는 남자에게 나는 가루분향 때문에 질투하는 오토시,

못생긴 얼굴 때문에 여자에게 버림 받아 여자의 얼굴을 면도칼로 베는 범행을 벌인 남자. 

외모와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


6) "발 씻는 저택"

"한밤중에 어느 저택의 방에서 사람이 자고 있으면 천장을 부수며 커다랗고 더러운 발이 내려와 "씻어라, 씻어라" 하고 명령한다

그것을 깨끗하고 꼼꼼하게 씻어주면 복이 오고 대충 씻으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오미요의 상냥한 새어머니, 

알고 보니 돈 좀 있고 나이든 남자의 후처로 들어가 젖은 종이로 밤사이 남편을 살해하고 

사촌이라고 말한 남자와 돈을 가로채서 달아나는 나쁜 여자다.

오미요의 아버지도 그런 방식으로 살해될 뻔한다. 

그런데 오미요에게 새 어머니 오시즈가 들려준 더러운 발을 씻겨준 어린시절의 불행한 기억 때문에 악몽에 시달린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만은 사실이었다.


7)'꺼지지 않는 사방등'

"어는 이팔 메밀국수(밀가루2, 메밀가루8) 가게의 사방등 불은 비가 오는 날도 바람이 부는 날도, 언제나 똑같이 타오르며 꺼지는 모습을 아무도 본 적이 없다.

또 기름을 채우는 모습도 볼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오유, 

오유에 들어온 이상한 제안, 딸을 잃고 정신을 놓은 오마쓰의 딸 역할을 해 달라는 것.

오유는 거절하고 대신 오마쓰의 하녀가 되기로 한다. 

하지만 아가씨처럼 차려입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일이다.

지루해서 괴로운 오유에게 대행수 유지로는 버선만드는 법, 읽기와 쓰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오마쓰에게 오마쓰 마님에게는 딸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 꺼지지 않는 사방등, 즉 삶의 희망이라고 이야기해준다.

이 이야기로 조금씩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큰 화재가 일어나고 오유는 해고된다.

오마쓰의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오유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4. 이번 단편들은 작가가 세심하게, 열심히 쓴 티가 나는 작품이다. 상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초기작이라서 그런지 뒤의 작품들보다 여유롭지는 못하다.

아무튼 혼조의 7대 불가사의와 얽힌 7편의 이야기들은 귀신, 요괴가 등장하는 괴담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그 사건 속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건들을 풀어가는 사람들.

결국 미스터리물이다. 


5. 메모: 

아시이레-어떤 처녀를 정식 아내로 맞아들이기 전에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우선 같이 살면서 가풍에 맞는지 일하는 태도나 성격은 어떤지를 보는, 소위 시험 기간을 두는 것.

아시이레는 오늘날 회사에서 정직원이 되기에 앞서 거치는 견습기간 같다. 

여자들에게 결혼이 생계를 꾸리는 일, 즉 직업과 같은 시대라서 결혼과 본격 결혼에 앞서 견습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시이레 같은 것이 생겼나 보다. 하지만 가혹한 일임이 분명하다. 

결혼은 분명 직업과는 다른 것이니까.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