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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흑백],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1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7. 11.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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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야베 미유키의 또 다른 시리즈물인 '미시마야변조괴담'의 첫번째 권인 [흑백(おそろし,2008)]을 읽었다.

원제가 'おそろし'인데, 그 의미는 '무섭다, 두렵다'이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무서운 이야기, 괴담이다.

마치 일본에서 몇 사람이 모여 앉아서 무서운 이야기를 차례로 하는 괴담놀이처럼, 

책의 구성은 괴담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모두 6편, '만주사화', '흉가', '사련', '마경', '이에나리'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주인 이헤의 맏형의 딸, 즉 조카 오치카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17살 소녀인 오치카는 바둑의 방인 흑백의 방에서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한다.


2. '만주사화'는 이헤와 바둑을 두러온 창호상인 도베에가 들려준 그의 형 기치조와 만주사화에 얽힌 이야기다.

"만주사화는 피안 무렵에 꽃을 피워서 피안화라고도 하고, 

꽃이 피처럼 붉고 흔히 묘지에 피기 때문에 죽은 사람의 피를 빤다는 의미로 사인화라고도 불린다.

꽃이 지고나면 길쭉한 잎이 나오는데, 잎이 없는 채로 요염한 꽃을 피우는 그 모습이 기이하여 유령화라고 꺼려지기도 한다. 

게다가 이 꽃에는 독이 있다."('만주사화' 중에서)  

흑백의 방 앞마당에 핀 만주사화, 이 꽃보기를 두려워한 도베에에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 꽃에서 자살한 형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들려준 도베에는 돌아간 후 얼마 안 있어 죽는다.


3. '흉가'는 자물쇠 장인인 아버지를 둔 오타카가 들려준 흉가 이야기다.

우연히 나무 자물쇠 열쇠를 만들어달라는 제의를 받은 오타카의 아버지 다쓰지로는 백냥의 유혹에 이끌려 안도자카의 언덕에 식구들을 데리고 가서 살게 된다.

 오타카를 제외한 나머지 5식구는 모두 흉가에서 사라졌다.

오타카만이 살아남았지만 식물인간이 된다.

알고 보니, 원래 오치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한 사람은 어린 시절 나무 자물쇠를 만져 병이 났던 세이타로라는 청년이었다.

오타카는 식물인간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을까?


4. '사련'은 미시마야에서 일하는 하녀 오시마에게 오치카가 고백한 자신의 이야기다.

오치카를 사랑했던 입양아 마쓰타로가 오치카의 약혼자인 요시스케를 도끼로 살해한 이야기.

마쓰타로는 겨울에 버려진 아이였는데, 여관을 하던 오치카 부모님이 거둔 아이였다.


"아이들은 모두 잔혹한 데가 있지만......"

""저는요, 분명히 마쓰타로 씨를 좋아했어요. 오라버니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고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귀여워했어요. 가족처럼."

하지만 처럼은 어디까지나 처럼일 뿐이다."

(사련 중에서)


'사련'의 이야기 속에서 마쓰타로를 대하던 가족의 태도에 대한 오치카의 분석은 가슴에 와닿는다.

누군가를 진짜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소위 예의바르게 대하는 것에는 바로 그 '처럼'이 중요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행동거지를 잘 분석해 보여주고 있다.


5.'마경'은 미시마야에서 일하는 하녀 오시마가 예전에 일하던 곳의 아가씨인 오후쿠가 들려준 이야기.

오후쿠는 침선공방 이시쿠라야 출신이다. 

바로 이 이시쿠라야가 오후쿠의 언니와 오빠 간의 근친 사랑으로 인해 가게가, 가족이 멸망한 이야기.

 

6. '이에나리'는 괴담에 등장했던 죽은 사람들이 모두 불성하는 이야기다. 즉 해피엔딩.

비극적이고 기이하고 끔찍한 이야기, 괴담의 주인공들은 이 세상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유령으로 떠돌다가 결국 다 함께 서방정토로, 사후세계로 떠난다.


7. 메모: 고마이누-신사 앞에 마주보게 놓은 한 쌍의 사자 비슷한 동물의 상. 

마귀를 쫓기 위한 것으로 고마(고구려, 또는 고려)에서 전래되었다고 해서 고마이누라는 이름이 붙음.

고마이누를 인형으로 만든 것이 바로 '이누 하리코'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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