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밟기(ばんばつき, 2011)]는 [괴이(2000)]처럼 짧은 기이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이 책에는 모두 6가지 이상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스님의 항아리, 그림자 밟기, 바쿠치칸, 토채귀, 반바 빙의, 노즈치의 무덤.


1. '스님의 항아리'는 전염병과 관련한 이야기다.

그림 속 작은 항아리에 스님의 머리와 어깨까지만 삐져나온 듯한 모습이 담겨 있는데, 

이 그림이 보이는 사람은 전염병에 걸리지 않고 전염병을 극복하는 지혜를 갖게 된다.

"무엇일까, 이 그림은.

한가운데에 그려 놓은 것은 작은 물독이다.

어쩌면 된장독일지도 모른다.

적갈색 바탕에 검게 흘러내릴 듯한 유약을 바른, 흔해 빠진 항아리다.

그뿐이라면 수수한 취향의 족자일 뿐이라 하겠지만, 그 항아리에는 내용물이 들어 있었다.

스님이다.

스님 한 명이 항아리 속에 쏙 들어가 있는 것이다.

항아리 입구에서 튀어나와 있는 것은 어깨 윗부분이고, 나머지는 항아리 속으로 사라져 있다."('스님의 항아리' 중에서)


2. '그림자 밟기'는 영혼은 저승으로 떠났는데 이승에 그림자만 머물러 있어 그 그림자를 사후세계로 돌려보내는 이야기다.

"사지로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렇다면 강이지요. 

봉오쿠리(우란분때 공물 등을 강이나 바다에 띄워 보내는 행상. 등불을 흘려보내는 것도 이에 따른 행사다)때와 똑같지요.

강을 따라 바다로 나가면 저세상까지 금세 갈 수 있어요.

훌륭한 성인들께서 그렇게 정토를 향해 가셨다고 하지 않습니까."

오후미의 그림자를 강으로 이끌어 주면 된다."

('그림자 밟기' 중에서)


3. '바쿠치간'은 '도박안'이라는 요괴를 물리치는 이야기.

"바쿠치간과 약정을 맺고, 그것의 주인이 되면"

"어떤 큰돈을 건 도박에서도 이길 수 있게 되지요.

설령 상대가 사기를 치려고 해도 그것조차 꿰뚫어 보고 뒤집어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다고 하오."

"하지만 그렇게 이겨서 번 돈은 펑펑 써버리지 않으면 주인은 바쿠치간이 내뿜는 나쁜 기운에 당해 죽고 말지요.

바쿠치간이 좋아하는 것은 사람이 도박에 열중해 뜨거워질 때의 기와 더 이기고 싶다는 욕심과

 진 상대방의 분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못된 마음가짐이니까요.

사람의 그런 나쁜 마음이 바쿠치간의 먹이가 되는 거요.

바퀴치간은 사람의 나쁜 마음에 굶주린 요괴요."


바쿠치간을 물리치려면 일단 개 하리코 50마리를 모아야 한다고.


4. 토채귀는 귀신에 씐 남자로부터 아이와 아이 엄마를 구하는 이야기.

방탕한 남자가 자신의 아이에게 토채귀가 씌웠다는 스님의 거짓말을 믿고 아이를 죽이려고 한다.

아이를 아끼는 스승이 스님과 짜고 아이와 아이의 엄마를 구하는 이야기.


"사람이 살아 있을 때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빌려주고-대부분의 경우 돈이겠지만- 

그것을 돌려받지 못해 원한을 품은 채 죽으면 그 망집 때문에 귀신이 됩니다.

그러한 귀신은 빌린 사람의 아이로 다시 태어나, 병을 자주 앓아 비싼 약값을 치르게 한다거나 

방탕한 생활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여, 빌려준 것과 똑같은 만큼 돈을 쓰게 하여 원한을 푼다는 것입니다. 

이를 '토채귀'라고 부른다더군요."('토채귀' 중에서)


5. '반바 빙의'에서는 젊은 부부가 온천여행을 떠났다가 한 방에 기거하게 된 노파로부터 남편이 반바빙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다른 사람에게 죽임을 당한 자의 시체가 상하기 전에 그렇지요, 이렇게 추울 때일지라도 사흘 정도밖에 여유가 없지만."

"그러니 그 혼을 불러내어 그 사람을 죽인 사람의 몸에 내리게 해서 깃들게 하는 것입니다."

"그 지방 말로 '반바 빙의'라고 하지요." 

"'반바'란 강한 원념을 품은 망자를 말합니다."

"며칠 내로 썩어 버릴 자신의 몸을 떠나 범인의 몸에 깃든 '반바'는 원한의 일념으로 범인의 혼을 먹어치우고, 

이윽고 완전히 그 사람이 되어 버리지요."('반바 빙의' 중에서)


6. '노즈치의 무덤'에서는 네코마타의 부탁으로 노즈치를 없애는 이야기.

'네코마타'는 나이를 많이 먹은 고양이가 꼬리가 둘로 갈라져 요물이 된 것을 뜻한다.

'쓰쿠모가미'는 사람이 쓰다가 버린 오래된 도구난 집기가 요물이 되는 것.

이 이야기 속에서는 요물이 된 망치가 등장하는데, 바로 '노즈치'다.

네코마타는 나이가 먹었다고 모두 요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요물이 되는 이유가 있다고 알려준다.

바로 노즈치처럼 어린아이를 죽이는 데 사용된 망치라서 요물이 된 거란다.


"유령이 아니다. 원령도 아니다. 요물도 아니고 원령도 아니다.

살인에 사용된 도구가, 거기에 살해된 목숨을 깃들게 하고 비애를 양식으로 삼아서 오랜 시간을 들여 하나가 된 것.

이 세상 존재가 아니면서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하지만 살 곳을 찾아내고 동료를 만나, 시간을 잊으며 평안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깨어나고 만 것."


"오쿠리비(영혼이 저승에 되돌아가도록 문 앞에 피우는 불)의 연기가 흘러간다. 

우란분(일본의 오봉, 음력 7월15일인데, 현재는 양력 8월 15일이다. 조상의 영혼을 기리는 행사. 13일에 문을 열어 조상을 맞고 14일에 조상이 집에 머물며 15일에 오쿠비리의 연기를 타고 저승으로 돌아간다. 불단에 올린 과일이나 야채는 마지막 날 강이나 바다에 버린다)이 끝난다.

저 세상 사람들은 돌아가고, 이 세상 사람들은 남는다.

헤어지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죽은 사람들은 이 세상을 떠나고 그렇기 때문에 영원한 것이 되니까."


이 이야기는 만화책 [백귀야행]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특별히 재미있었다.



7. 메모1.

"아오야마의 별 등롱이란, 아오야마 햐쿠닌초의 집들이 유월 그믐날에서 칠월 그믐날까지 

처마 끝에 매단 등롱이나 초롱이 멀리서 보면 별처럼 보이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에도의 풍물이다."

('노즈치의 무덤' 중에서)


메모2.

죽임을 당한 채 버려진 아이의 시신을 우물에 던져 넣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물이 저세상으로 통하는 통로라면서.

우물이 저세상으로 통하는 통로라고 하니까, [메롱]에서 귀신들이 모두 우물을 통해서 저세상으로 떠나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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