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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크 피슈테르의 [편집된 죽음]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7. 10. 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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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크 피슈테르(Jean-Jacque Fiechter, 1927-)라는 작가는 낯설다. 

역사학자인 피슈테르는 66세(1993년)에 첫 소설을 발표하는 데 바로 이 [편집된 죽음(원제는 Tiré à part(별쇄본)]이다. 

이 작품으로 공쿠르상 후보에도 오르고 범죄문학 대상을 받았다. 

나중에(1996년) 이 작품은 베르나르 라프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집어든 이 소설책을 한번 펼쳐드니 끝까지 읽게 되었다. 

그만큼 흥미롭다. 

소설을 끌고 가는 화자는 에드워드 램 경이라 불리는 영국인인 '나'다.

프랑스인 작가인 니콜라 파브리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자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주 대조적인 두 인물, 나와 니콜라인데, 둘의 악연은 질기고 그 악연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든 것으로 보인다. 

바람둥이 니콜라는 전쟁영웅으로, 외교관으로, 또 명성을 얻은 작가로 살아간다. 

에드워드는 자신이 니콜라보다 더 뛰어난 작가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를 시기질투하고

그러면서도 그와의 관계를 단절하지 못한 채 그의 책을 영문으로 번역해주고 니콜라의 명성을 도우며 살아간다. 


항상 니콜라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에드워드는 

니콜라가 자신의 첫사랑이 야스미나의 죽음의 원인임을 알게 되고 그를 추락케 해서 복수할 결심을 한다.

니콜라가 공쿠르상을 받는 그 순간 나락에 빠지도록 용의주도하게 그를 남의 작품을 훔친 자로 만든다. 

에드워드로 인해 니콜라의 명성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결국 니콜라는 자살한다. 

니콜라에 대한 복수를 실현함으로써 에드워드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소설은 흥미진진하다. 


질투와 시기, 앙심을 품은 에드워드의 복수는 참으로 무섭다. 

니콜라가 에드워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긴 하지만 니콜라와의 관계에 에드워드가 한 몫이 분명 존재한다. 


소설의 화자인 에드워드가 복수극에 성공하는 것은 속시원함을 안겨주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에드워드 류의 인간은 두려운 존재다. 

니콜라와 같은 인물의 비위를 맞춰주다 뒷통수를 치니 말이다. 


시기의 눈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피슈테르는 [자기 앞의 생]을 쓴 에밀 아자르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에밀 아자르의 본명은 로맹 가리인데, 공군에 복무했고 외교관이었다가 소설가로 명성을 날리다가 자살한 점에서 니콜라의 모델이다.

로맹가리는 [하늘의 뿌리]라는 작품으로 56년에 공쿠르상을 수상했음에도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자기 앞의 생]으로 또 한 번 더 공쿠르상을 받는 대사기극을 연출한다.

먼 사촌이 에밀 아자르 행세를 한 것이다. 


에밀 아자르의 신비로운 삶에서 영감을 받아 추리극을 만들어낸 피슈테르의 능력도 대단하다. 


공휴일의 늦은 오후를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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