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진영이라는 작가를 모른다.

원래 소설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라서 소설가를 잘 모른다.

최진영 작가의 최근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는 어딘가에 소개된 글을 읽고 도서관에 예약해서 빌려보았다.

[해가 지는 곳으로]는 재난소설로서 여성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고 했다.

갑작스런 전염병이 퍼지고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고 살기 위해 우왕좌왕 정체없는 도주를 벌이고

그러는 중에 폭력을 넘어 전쟁이 벌어지고 전쟁 중 사람들은 강제노역에 동원되고

특히 여성들은 성노예가 된다.

소설은 재난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를 그리는데,

최진영 작가의 상상력과 묘사가 특별할 것은 없다.

재난 소설을 보면 더 상세하고 세밀하게 인간의 심리를 묘사한 것도 많으니까. 


다만 작가는 극한적 재난상황 속에서 오히려 사랑을 잃지 않고 갈구하고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특히나 여성들 간의 사랑이 사랑을 인도하는 빛이 됨을 보여준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재난상황 전에도 삶이 힘들고 괴로웠던 사람들이다.

류는 남편과 아이 둘을 둔 기혼여성으로 남편과는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면서도 시간을 나눌 여유가 없는 직장인이고,

도리는 대출에 쫓기고 스펙 쌓기에 바쁜 20대 여성이며,

도리의 여동생 미소는 청각장애가 있는 외로운 소녀이다.

또 건지는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소년이다.


이들은 재난 상황 속에서 오히려 사랑을 발견한다. 그 사랑의 중심에는 지나가 있다. 

타인에게 열려 있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지나.

폐쇄적인 도리의 마음이 지나를 통해 열린다.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서로를 사랑하게 된 지나와 도리, 

도리는 지나와의 사랑을 통해 고통스런 현재를 헤쳐나가고 

지나를 짝사랑하는 건지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다.

류는 도리와 지나의 사랑을 통해 남편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열린다. 


도리와 지나의 사랑은 모든 사랑이 길을 찾아가는 등대와 같은 사랑으로 표현된다. 


이 소설 속에는 재난상황 속에서 여성을 사랑하고 구원하는 용감한 전사와 같은 멋진 남성은 없다. 

남성들은 여성을 성노예로 이용하고 살아남기 위해 살인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지나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된, 소외된 청소년 건지만이 예외다. 


그런 점에서 다른 재난 소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여성적 시선이 그 차이를 만든 것 같다.


그럼에도 난 이 소설이 만족스럽진 않다.

결말이 당혹스럽다고 해야 하나?

오히려 건지는 길을 찾아 헤매다 죽고 도리와 지나도 도피 중 살해당하는 비극적 결말이 스토리 전체의 흐름과 어울려 보인다.

극단적 비극 속에서 극단적 해피엔딩이라는 결말을 작가가 선택한 이유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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