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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마타 마호카루의 [유리고코로], 편안함을 찾기 위한 살인

즐거운책벌레/소설

by 산삐아노 2017. 5. 2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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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마타 마호카루의 [고양이울음]을 읽고 나는 이 저자의 소설을 좀더 읽어보고 싶다 생각했다.

(무조건 보호받고 사랑받는 존재인 어린 아이들에 대한 증오, 적의감에 대한 세밀한 표현이 충격적이었던 작품이었다.

그러한 감정을 그토록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작가가 그런 감정적 체험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유리고코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이 선뜻 손을 뻗치게 하지는 않지만 그 이해하기 어렵다는 그 이유 때문에 이 책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료스케라는 청년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3인칭 관점).

그리고 마사코의 수기(1인칭 관점)

마사코의 수기는 료스케가 진행하는 이야기 속에 들어 있다. 액자소설이라고나 할까?


췌장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의 집에 들렀다가 옷장안에서 발견한 상자 속에서 수기를 발견한다.

그는 그 수기를 쓴 사람이 궁금해서 계속 그 이야기를 읽게 되고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 자신의 어머니 마사코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린시절의 경험의 진실을 이해하게 된다.


'유리고코로'는 마사코의 언어다.

네, 다섯살 무렵부터 병원을 다닌 마사코에게 의사는 '유리고코로'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마사코는 '유리고코로'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 유리고코로는 사실 '유리도코로(안식처)'라는 단어를 마사코가 잘못 알아들어서였음을 마사코는 커서 알게 된다.

아무튼 이 유리고코로는 적대적인 세상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을 표현하는 마사코식의 단어다. 

어린 마사코는 집에 들어박혀 지내는 것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다가 백화점 매장에서 금발머리 인형을 발견하고는 거기서 '유리고코로'를 발견한다. 

초등학교 2학년때 미치루라는 같은 반 아이의 집을 들락거리면서 그집 우물에 곤충, 달팽이 등 작은 생명체를 빠뜨려죽이는 데서 '유리고코로'를 찾는다.

그러다가 미치루가 실수로 연못에 빠져 죽을때 그 곁에서 지켜보면서 역시나 편안함을 느낀다. 

사실 미치루를 죽음으로부터 구해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러다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남매 중 오빠가 여동생의 모자를 꺼내기 위해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 철판 뚜껑 아래로 머리를 넣는다. 

마침 지켜보는 마사코는 도와주는 척 살짝 뚜껑끝을 눌러 그 아이를 질식사시킨다. 

살생에서 살인 방조로, 그리고 살인행위로 발전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자해행위를 하는 미쓰코를 도와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타인을 도와주는 척 죽인다.)

여자들을 집적거리는 남자 '라면'을 의도적으로 계단에서 밀어 죽인다. (싫어하는 사람을 죽인다.)

매춘을 하다 우연히 만난 손님을 죽이고, 또 매춘하다 만난 전직 상사를 죽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들의 인생에 걸림돌이 될 남자를 죽인다. (모두 7명을 살해한다)


마사코의 살생, 살인행각은 자신에게, 자신의 세계에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세상으로부터 편안함을 찾고자 하는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유리고코로'를 찾으려는 몸부림.


이야기 속에서 살인 행위가 혐오스럽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마사코의 수기를 읽다보면 섬찟함과 서늘함이 있다.

마사코의 살인행각을 알게 되어 가족들이 공모해서 마사코를 위한다면서 하는 일 역시도 섬찟하다.


이 소설은 호러 서스펜스인 첫 장편으로 상을 받은 작가다운 이야기다. 

작가는 주부, 승려, 경영인이라는 인생과정을 지나 50대가 되어 작가가 된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녀의 경험도 흥미롭지만 그 경험 못지 않게 그녀의 소설도 흥미롭다. 


날씨가 점차 더워지고 있다.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느낌을 받는다.

더울 때 읽기 좋은 서늘한 소설이다. 


그녀의 소설을 좀더 읽고 싶다. 

올여름은 그녀가 출간한 나머지 소설들을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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