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좀 가벼운 읽을거리 없을까?'하고 서가를 오가며 책을 두리번 거리다 발견한 이 책은 누마타 마호카루의 소설책 [고양이 울음]을 집어들었다.

누마타 마호카루라는 작가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 

사실 소설에 대해서, 소설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소설을 즐겨읽지 않아서 말이다.


책 제목이 '고양이 울음'이라서 끌렸는데, 옮긴이의 말의 제목이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는 절대 읽지 마세요!'라고 되어 있어 내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도대체 왜 지하철 안에서 읽어서는 안 되는 거지?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자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 1부는 새끼 고양이, 제 2부는 절망이라는 블랙홀, 제 3부는 멋진 이별.


이야기 전체는 몽이란 고양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새끼 고양이 몽이 자라서 죽기까지 시간을 담고 있다.  

하지만 1부는 노부에라는 40대 기혼여성을, 2부에서는 유키오라는 중학생 청소년을, 3부에서는 노부에의 남편인 도지가 주인공이다. 

1부에서부터 3부까지 시간 순서대로 흐른다.

1부에서는 새끼 고양이 몽이 노부에와 도지 집에서 살게 되고,

2부는 그로부터 세월이 4,5년 정도 흐른 후이며

3부에서는 노부에가 죽고 난 후 홀로 도지가 몽을 키우고 스무살이 된 몽이 죽는다. 


그런데 각각의 이야기는 마치 단편소설처럼 읽힌다. 

1부에서는 뒤늦게 임신한 아이가 유산된 노부에, 그런데 남편의 아이가 아니라 남편과 친한 이의 아이를 임신했던 노부에의 복잡한 심정이,

2부에서는 한부모 가정, 즉 아버지랑 단 둘이 살면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유키오의 절망이,

3부에서는 아내가 죽고 난 후 홀로 남겨진 목수 도지의 노년의 외로움이 섬세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각 이야기 속에는 모두 죽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부에서는 노부에의 유산된 아이, 태아의 죽음이, 

2부에서는 유키오의 아버지가 주워와 펭귄이란 이름을 붙여준 새끼고양이의 죽음이, 

3부에서는 긴 세월을 산 고양이 몽의 자연사가 나온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무겁지만 희망의 빛이 없지 않아서 그 무거움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주긴 한다.

뭐, 전철 안에서 읽지 말아야 하기까지! 읽어도 상관 없다 싶다. 


어쨌거나 이 소설 속에서 개인적으로 강렬했던 묘사는 

노부에가 식당에서 만난 젊은 엄마와 남자아이에 대한  숨막힘, 

엄마와 함께 있는 어린 아이에게 보이는 유키오의 살인 충동에 대한 것이다. 

노부에가 새끼 고양이 몽에게 보이는 냉정함도 마찬가지다. 

박탈감, 절망감이 만들어내는 감정을 아주 강렬하게 그렸다.


그리고 3부에서 도지가 죽어가는 몽을 돌보며 느끼는 감정이 잘 그려져 있다.

그 감정은 죽어가는 사람을 보살피는 사람의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리고 싶은 마음과 고통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서로 갈등을 일으킨다. 

소설이 그리듯이, 나이가 들어 자연스럽게 죽는 사람이나 동물을 돌본 경험은 늙어 죽어가는 자신이 죽음에 직면할 때 도움이 될 것도 같다. 


"대단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어쨌든 20년이나 살아서 도깨비 같은 지혜를 지닌 고양이다. 

노인끼리 오래 살았는데, 이 녀석은 마치 도지 자신에게 모범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그리 멀지 않은 날에,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을 먼저 편안하게 걸어가며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랬다. 이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는 동안에는 죽음이라는 것도 그리 무섭지 않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그날이 왔을 때 도지는 틀림없이 생각할 것이다. 

몽 녀석이 간 길이니까 나도 잘 갈 수 있을 거라고." (제 3부 '멋진 이별' 중에서)


오랜만에 정서적으로 아주 강렬하게 다가오는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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