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도권에서 산 지가 20여년이 넘지만 단 한 번도 종묘 안을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그냥 종묘는 유림과 연결되고 유림이 이 시대의 답답한 존재라 느껴지니 종묘조차 답답한 공감으로 느껴졌던 것일까?
올 가을, 전직 역사선생님이셨던 분의 안내를 받으며 종묘를 찾았다.
박석이 깔린 신의 길. 다듬지 않은 돌이 아름답다.
가운데 신의 길, 좌우로 왕의 길, 황태자의 길이 배치되어 있다.
박석이 깔린 길은 내 예상과 달리 곧게 뻗어 있지 않고 꺾이면서 길을 잇는다
정말 조용하다. 서울시내에서 이렇게 고요한 곳이라니...
신의 처소는 창이 없다.
신은 바로 조상신이다. 이 신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이 약간 어긋나도록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재미나다.
박석의 장관.
신과 관련해서는 인간의 인위성을 배제하려 했단다.
인간들은 자신의 일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신을 이런 곳에 가둬두었단다.
아무튼 이곳은 혼령의 공간이다.
산 자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죽은 자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그래서 그 어느 곳보다 침묵이 지배하는 곳이다.
나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 또 들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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