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면 가끔 고양이를 만날 때가 있다.
예전에는 산에 오를 때 참치통조림을 들고 다녔었는데,
혹시 고양이를 만나면 줄까,해서.
지금 생각하니, 고양이 사료를 들고 다니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 것 같다.
하지만 통조림을 산 이후 산을 오르지 못해서
결국 참치 통조림은 내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
그리고 더는 통조림을 들고 다니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일요일 오전, 한가롭게 산 중턱 바위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온다.
하얀털에 검정 얼룩, 귀엽다.
별로 나를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 같다.
고양이는 천천히 내곁을 지나 내 뒤쪽으로 내려갔다.
누군가 집에서 키웠을 것 같은 고양이다.
나는 고양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가다가 잠시 멈춰서는 등을 보이고 앉아 있는 고양이를 보는데, 뭔가 먹을 것을 주고 싶다.
그런데 줄 것이 없다. 오이, 고추 밖에 없으니... 어떡할까?
그때 번쩍 떠오른 것이 바로 '물을 주자'였다.
길고양이들은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병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마시던 물을 보온 도시락 뚜껑에 담아 주었다.
고양이는 목이 말랐다는 듯 열심히 남김없이 물을 마셨다.
자세히 보니, 고양이가 좀 지쳐보이고 말랐다.
이 고양이는 왜 산에서 배회하는 것일까?
물을 마신 고양이는 천천히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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