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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도 해솔길, 두 번 걷고 싶지 않은 길

나들이예찬/나라안나들이

by 산삐아노 2015. 10. 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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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걷기 좋은 서울 둘레길'이란 책을 사서 거기 안내된 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나는 청계천 길에 이어 대부도 해솔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두 번의 시도를 통해서 난 이 책의 안내를 의심하게 되었다. 

둘다 걷기 좋은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책도 책이지만, 우리나라 둘레길의 실태가 형편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관광안내소에서 버스를 내려 해솔길 안내지도를 구했다.

책이 소개한 1구간을 걷기로 했다.

관광안내소 근방은 식당이 밀집된 곳이었다.

일단 바닷가로 내려가 해안을 걸어보았는데, 해안이 너무나 지저분했다.

바다에서 밀려온 쓰레기들이 즐비했고 모래도 퍼다 부은 듯 거칠기만 했다.

한 마디로 실망.

 

다시 해안에서 올라와서 지도에 따라 걷는데, 도로 옆을 걸어야 했다.

그나마 바다가 보이는 길은 낫다.

 

 

바다 소나무가 많기는 했다.

사진에서 보듯이 해솔길 안내표가 곳곳에 있다.

 

 

식당가를 벗어나 북망산을 향하는 도중에

산을 오르는데 이런 지저분하고 음산한 곳을 지나야 한다.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면서 산을 완전히 망쳐놓았다.

 

 

그곳을 통과해서 내려오면 이런 동네로 향한 길이 나온다.

멀리 보이듯 이 동네는 송전탑 천지다.

어딜가나 송전탑을 보면서 걸어야 한다.

그리고 길도 잘 조성되어 있지 않다.

급조된 느낌.

 

 

동네 밭길 사이로 지나서 북망산 입구까지 도착하니

이런 안내문이 나온다. 뱀출몰지역!!!

어이 없다. 함께 간 친구는 뱀이 나온다니까 무조건 산을 오르지 못하겠다고 우긴다.

결국 난 북망산 오르기를 포기하고 내려오다가

동네 어른으로부터 구봉도를 가는 다른 길을 안내받았다.

 

 

이 동네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마구 뭔가를 태운다.

시골 동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쓰레기를 잘 거둬가지 않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태우는 것이라나...

비닐타는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길을 걸어야 하다니...

몸과 마음이 절로 나빠질 것 같다.

 

 

북망산을 거치지 않고 도로를 따라 구봉도를 가기로 했다.

도로에 내려오니 또 송전탑!!

 

 

도로를 따라 걷다가 북망산을 내려오는 길을 만났고

다시 해솔길을 따라 걷는데, 이번에는 해솔길이 도로다!!

좁은 도로를 채운 차들을 피해 가길을 아슬아슬하게 걸어야 한다.  

한심한 코스다.

 

겨우 도로를 벗어나니 펜션과 식당이 다시 보인다.

사실 식당은 곳곳에 즐비하다.

펜션 가격을 알아보니 터무니없이 비싸다.

 

펜션거리를 벗어나면 이런 캠핑장이 나온다.

해송의 흙이 깎여서 이런 흉물스러운 꼴을 하고 있다.

불쌍하다.

쓰레기가 뿌리 사이로 보인다. 

 

 

결국 이 바닷가에서 걷기를 멈췄다.

구봉도의 낙조전망대에 가는 것은 포기.

더 걸어보아야 길이 괜찮을 것도 같지 않고...

 

바다를 보고, 흐린 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해솔길이 모두 7코스가 있다고 하는데,

모든 이런 형편없는 길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조금 걸어보았던 길이 너무 형편없으니까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책은 1코스를 소개했으니까,

다른 길은 더 형편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적어도 걷는 길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걷는 길 주변의 식당과 폐션도 제한하고

또 쓰레기 처리를 잘 해펜 미관에도 신경쓰고 해야 할텐데...

그럼에도 송전탑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해솔길... 안타깝다. 이름은 멋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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