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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역에서 동대문역까지 청계천가를 걸으며(서울)

나들이예찬/나라안나들이

by 산삐아노 2015. 10. 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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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청계천에서 낡은 고가도로를 걷어내고

하천에 '억지로' 물이 흐르도록  한 지가 벌써 수 년이 흘렀건만,

난 한 번도 그곳에 가 보지 못했다.

멀지도 않은데...

이명박 대통령의 어거지 행동이 싫어서였는지...

 

이번에 일 때문에 근처에 갈 일이 있어

일부러 가보지는 않더라도 근처까지 갔으니까,

청계천을 한 번 가보자 마음 먹었다.

 

용두역 근처에서 동대문까지 설렁설렁 걸었다.

가을이라고 하기에 아직 낮 시간은 도시를 걷기에 너무 덥다.

그래서 광화문까지 가질 못하고 동대문에서 멈추었다.

 

 

 

(왼편에 고산자교)

 

사실 용두역에서 동대문역에 이르는 청계천 길은 4.75킬로미터라고 한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두물다리와 청혼의 벽)

 

촌스러운 청혼의 벽이 우습다.

두물다리를 건너기에 앞서 일단 판자집 재현해 놓은 곳, 청계천 문화관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청계천 박물관) 

왼편으로 판자집, 오른편으로 청계천 박물관(올해 10월1일부터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청계천 문화관이었다.)이 보인다.

나는 판자집부터 들렀다.

 

 

(청계천 판잣집 재현)

 

판자집은 다방, 교실 등을 재현해 놓았고 다방에서 믹스커피와 녹차티백이 있었는데, 종이컵에 알아서 마시고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도록 되어 있었다.

종이컵에 맛없는 커피와 녹차를 마시기 싫으니까, 불우이웃 성금까지 내고 싶지 않았다.

 

판자집을 구경하고 청계천 박물관에 가보았다.

박물관은 나름 공들인 느낌이 났다.

읽을 거리 볼 거리가 많아서 나쁘지 않았다.

청계천 판자집에서 살다가 내몰린 이들은 지금 어디서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했다.

 

 

(횐편으로 고산자교와 두물다리가 보이고, 청혼의 벽에 있는 내려가는 계단)

 

두물다리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철망 벽에 자물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녹슨 자물쇠들)

정말 자물쇠 장사들 돈 많이 벌었겠다 싶다.

사랑의 징표로 자물쇠를 거는 이런 유행, 정말 어처구니 없지만

자물쇠를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그런데 녹슨 자물쇠 정말 흉물스럽다.

어쩌면 저 녹슨 자물쇠의 장본인들은 사랑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헤어지게 되면 매단 자물쇠를 치우는 매너 정도 갖추면 좋을 것 같다.

 

이 어처구니 없는 황금마차.

올라가 보니 먼지투성이다.

먼지 투성이 호박 마차에 한 번 앉아 있어 보았다.

 

그러고 보니 청계천가 산책길은 이 마차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문득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Leith강가 산책길을 걸었을 때가 떠올랐다.

날씨만 나빴다면 음산한 것이 그길과 엄청 비슷했을 것이다.

 

 

(무학교)

 

예전에 청계교가가 있을 때는 정말 공기가 나빴다지만, 지금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풀씨와 대기오염먼지가 서로 결합해 호흡기를 자극하는지,

걷는 동안 콧물이 줄줄 흘렀다.

 

 

(남아 있는 청계천 교가의 교각 세 개. 멀리 비우당교가 보인다)

 

과거의 청계교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과거를 좀 엿보게 하는 이런 식의 남김 나쁘지 않다.

오히려 다른 조형물보다 더 나은 듯.

 

 

(황학교 근처의 소망의 벽)

타일에 글씨나 그림을 그려 붙여서 벽을 만드는 유행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제는 색다를 것도 없는 벽.

이 벽이 다른 벽과 다르다면 그나마 멀리서 보면 푸른색 벽처럼 보이는 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황학교)

 

 

황학교를 마지막으로 영도교, 맑은내 다리, 오간수교는 사진에 담지 못했다.

덥기도 하고 피곤해서 사진찍기가 귀찮아졌다.

얼른 동대문역에서 전철에 몸을 실었다.

 

결론적으로 청계천가는 산책하기에 좋지 않다.

공기가 너무 나쁘다.

 

어제 오후 그 길을 걸었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서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비염이 더 심해진 것이다.

손수건 세 장에 코를 풀고도 콧물이 멈추질 않았다.

 

서울 사람들은 어찌 사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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